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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해마다 해가 바뀔 즈음 새해에 주목할 만한 과학 이슈를 선정해 발표한다.
지난해엔 먹는 비만치료제와 마약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통증 치료제의 등장, 유럽파쇄중성자원(ESS)의 가동,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분야에서의 미-중 대결 등을 주요 과학 이슈로 선정했다.
네이처의 예측대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3월 비마약성 진통제 수제트리진을, 12월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알약을 새 비만치료제로 승인했다. 경쟁업체인 일라이릴리도 먹는 비만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임상 3상 시험을 끝내고 식품의약국에 승인을 신청했다.

중국 칭화대가 개발한 무선 최소 침습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네오'(NEO) 시스템. 무선 전력 공급이 가능해 배터리가 필요 없다. 칭화대 제공
중국에선 칭화대가 개발한 무선 뇌 이식 칩 네오(NEO) 등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유망한 결과가 나타났다. 중국과학원 뇌과학 및 지능기술 우수센터(CEBSIT)는 자체 개발한 뇌 이식 칩이 미국 뉴럴링크의 칩보다 전극이 작고 유연성이 높아 뇌 조직 손상 위험이 더 적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은 2027년 안에 실제 임상에 적용하고, 2030년까지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산업을 구축한다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고에너지 양성자 빔을 표적에 쏘아 중성자를 만들어내는 유럽파쇄중성자원(ESS)은 지난해 시설 공사를 마무리하고 2027년 정식 가동을 목표로 시험운전을 하는 중이다.
2026년엔 어떤 과학 이슈가 우리의 시선을 잡아끌까? 네이처는 인공지능 과학자의 부상, 달과 화성 위성 탐사, 대형 해저 시추 장비 등을 주목 대상으로 꼽았다.

미-중, 통합 인공지능 연구 플랫폼 구축
그중에서도 네이처가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인공지능 과학자의 출현이다. 네이처는 인공지능에 의해 구동되는 연구는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여러 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합해 복잡한 과정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 중 일부는 인간의 감독을 거의 받지 않는 상태에서 더 폭넓게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인공지능이 이룬 실질적이고 중요한 과학적 성과가 처음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인공지능이 이제 연구를 돕는 도구가 아니라, 과학 연구의 핵심 단계들을 스스로 수행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이 분야에서도 미-중 대결 구도가 눈에 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24일 백악관 주도로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을 출범시켰다. 제네시스 미션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에너지, 제조, 신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적 발견과 기술 혁신을 촉진하려는 프로젝트다. 에너지부 산하 17개 국립연구소와 구글, 엔비디아 등 24개 거대 기술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통합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해 과학적 기반 모델을 훈련하고, 새로운 가설을 검증하고, 연구 워크플로를 자동화하고, 과학적 혁신을 가속화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비용 적게 드는 소형화 경쟁 가속
지난해 중국과학원(CAS) 12개 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한 원스톱 과학 연구 플랫폼 ‘사이언스원’도 비슷한 성격이다.
중국과학원에 따르면 사이언스원은 파형, 스펙트럼, 자기장 등 복잡한 과학 데이터 양식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동시에 문헌 추출, 지식 추론, 계산 도구 통합 등의 핵심 기능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전에 3~5일 걸리던 문헌 검토 작업을 단 20분만에 해내고, 300개 이상의 과학 컴퓨팅 도구를 자율적으로 계획할 수 있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네시스 미션을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핵무기 개발 계획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했다. 이는 중국과의 인공지능 대결을 그만큼 중대하고 시급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네이처는 그러나 인공지능 활용이 늘어날수록 시스템이 지닌 심각한 결함, 예컨대 데이터 삭제 같은 치명적 오류 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네이처가 인공지능 분야에서 예상하는 또 하나의 흐름은 소형화다. 훈련 비용이 많이 드는 거대언어모델(LLM)을 넘어서는 기술이 잇따라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한된 데이터로 학습하면서 특정 추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특화된 소형 인공지능 모델 개발 경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사전출판 논문 공유집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소형 모델의 반란을 예고한다. 이 논문에 따르면 TRM(Tiny Recursive Model)이라는 아주 작은 인공지능 모델이 논리 테스트에서 매개변수가 1만배나 더 많은 오픈에이아이 등의 세계 최고 수준 거대언어모델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 다만 이들 시스템은 거대언어모델처럼 문장을 생성하지는 않고, 정보를 수학적으로만 처리한다.

한 번의 혈액 검사로 50가지 암 감지
생명과학 분야에선 약 50가지 암을 한 번의 혈액 검사로 감지하는 영국의 임상시험이 주목 대상으로 꼽혔다.
이 혈액 검사는 암세포가 혈액으로 방출하는 DNA 조각을 찾아내, 그 신호가 어느 조직이나 장기에서 비롯됐는지 알아낼 수 있다. 새해에 결과가 발표될 임상시험에는 14만명이 넘는 참가자가 참여했다. 영국 보건당국은 유망한 결과가 나올 경우 이 검사를 의료 현장에 전면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희귀 유전질환을 앓는 어린이를 위한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임상시험도 확대된다. 네이처는 2건의 임상시험이 새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5월 간 효소를 정상적으로 생성하지 못하는 희귀 대사질환을 가진 아기 KJ 멀둔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로 교정하는 데 성공한 사례의 후속 임상시험이다. 이 유전자가위는 DNA 조각이 아닌 단 하나의 염기만을 잘라내는 염기 교정 기술을 사용한다.
새 임상시험은 암모니아 대사를 막는 유전자를 포함한 7개 유전자 중 하나에 돌연변이가 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멀둔에게 사용한 것과 똑같은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한다. 네이처는 “또 다른 연구진도 면역계 유전질환을 대상으로 비슷한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폴로 이후 처음, 사람이 달에 간다
우주 분야에서는 달 탐사가 2025년에 이어 계속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우선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4월 이전에 우주비행사들이 달 궤도를 왕복하는 아르테미스 2호 우주선을 띄울 계획이다. 우주비행사 4명이 우주선을 타고 달 궤도를 돌고 지구로 돌아오는 10일간의 왕복 우주여행이다. 1968년 12월 처음으로 달 궤도를 돌고 온 아폴로 8호의 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르테미스 2호에 탑승하는 우주비행사들은 최초의 흑인, 최초의 여성, 최초의 비미국인 달 왕복 우주비행사 기록을 갖게 된다. 우주비행사가 달에 가는 것은 1972년 아폴로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8월에 무인 달 탐사선 창어 7호를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착륙선과 궤도선, 탐사차, 호퍼로 구성되는 창어 7호의 목표는 달 남극 지역에서 물얼음을 찾는 것이다. 점프하듯이 달을 누비고 다닐 호퍼에 물 분자를 분석하는 기기가 탑재된다. 달 남극에는 2023년 인도의 찬드라얀 3호가 처음으로 착륙한 바 있다.
일본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작사)는 올해 4분기에 화성의 두 위성인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탐사할 우주선(MMX)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 우주선은 포보스 표면에서 시료를 채취해 2031년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 목표다.
유럽우주국(ESA)은 태양과 비슷한 별을 도는 외계행성 탐색 위성 ‘플라토(PLATO)’를 올해 말에 발사할 계획이다. 26대의 카메라를 탑재한 플라토는 태양 반대쪽 150만km 거리의 우주(제2 라그랑주점)에서 20만개가 넘는 별을 관측하면서 액체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온도를 지닌 행성을 찾는 임무를 띠고 있다.

땅속 깊이 11km 맨틀까지 뚫는다
지구로 눈을 돌리면 중국의 해양 시추선 멍샹의 첫 과학 탐사가 예정돼 있다. 이 선박의 임무는 해양 지각을 최대 11km 깊이까지 뚫고 맨틀 시료를 채취하는 것이다. 해저의 구조 및 판 구조 활동의 원동력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밖에 스위스 제네바 인근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세른(CERN)의 대형강입자가속기(LHC)는 올해 7월부터 대대적인 성능 개선 작업을 앞두고 있다. ‘고휘도 LHC(high-luminosity LHC)’로 불리는 초고강도 장치를 설치한 뒤 2030년 재가동한다.
미국 일리노이에 있는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페르미랩)는 4월까지 뮤온-전자 전환 실험(Mu2e) 장치 건설을 마무리한다. 뮤온이라는 아원자 입자가 추가 입자 생성 없이 전자로 변환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장치다.

트럼프의 반과학…공중보건·기후 정책 후퇴
네이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과학 연구비 삭감 정책이 과학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2026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백신 권고의 후퇴, 검증되지 않은 의학적 주장 전파, 국제 원조 삭감, 세계 보건 프로그램 참여 축소 등 공중보건 정책의 후퇴가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으며, 미국의 기후 정책도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연구개발 분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는 인공지능(AI)과 양자 기술”이라며 “일부 연구자들은 이를 환영하지만, 다른 이들은 다른 연구 분야에서 자원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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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237521.html#ace04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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