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배] 문경엔 어처구니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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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배] 문경엔 어처구니들이 산다

하이커뮤니티매니져 0 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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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바둑협회를 이끄는 삼두마차. (왼쪽부터) 문경바둑의 야전사령관 고성환 전무, 정신적 지주 금동일 고문, 총사령관 황진호 회장.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 바둑만 두는 사람



지방에서 열리는 전국대회를 취재 가는 길은 살짝 설��다. 예전에는 그랬다. 그 예전은 마산의 학초배, 부산의 롯데배, 대구의 아마대왕전 같은 것이었으니 아주 한참 오래전 얘기다. 가면 거기엔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부산과 대구와 달리 마산은 그 오래전 한번 가려면 교통이 불편했는데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렸다. 토요일 첫날 예선을 다 끝내려면 밤9시가 넘도록 바둑을 두어야 할 때가 왕왕 있었다. 그럴 때 다음 순번을 대기하기에 무료했던 몇몇은 대회장(주로 기원) 주변 포장마차에서 대포 한잔을 나누다가 호출하면 뛰어 들어가 두기도 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낭만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요즘 바둑대회에 가보면, 아직은 그 시절 사람들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이제는 바둑을 ‘두는 사람들’만 있다.







지방취재를 하고 오면 녹초가 되어버리는 대회가 있고 기운을 듬뿍 받고 돌아오는 대회가 있다. 예전 아마바둑을 이끌고 열기를 북돋웠던 그런 전국대회들이 다 사라진 자리를 지금은 더 많은 대회들이 넘치도록 채우고 있지만, 후자의 기분을 느끼게 하는 대회는 거의 없다. 어쩐지 로또 당첨번호에 일제히 집중하는 것처럼 다들 입상순위에만 관심을 두는 분위기, 그런 바둑대회가 되었다. 바둑을 ‘둘 뿐인 사람들’로만 넘쳐날 뿐, 사람의 인정이 묻어나고 인심이 배어나는 대회는 찾아보기 힘든데, 몇 번을 다녀와도 문경새재배는 그렇지 않다. 폐막 사흘이 지났는데도 여운이 있다. 왜 그럴까.




그곳은 대체할 수 없는, 오래된 우물처럼 웅숭깊은 ‘문경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수기로 급조할 수 없는 샘물처럼 그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이 인정과 인심과 배려심이 우러나는 사람들이다. 그런 토박이들이 선산을 지키듯 묵묵히 고향을 지키며 바둑을 좋아하고 한없이 사랑하여 만든 대회가 문경새재배이기 때문이다. 대회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새재를 넘고올 때마다 바둑대회 취재를 다녀온 것이 아니라 박제되지 않은 바둑인들을 만나고 온 기분이다.





한 알의 밀알이 있었기에…문경바둑의 개척자 금동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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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새재배의 개막대국은 항시 문경바둑의 대부 금동일 고문의 타징으로 개시한다.



금동일 문경시바둑협회 고문은 문경바둑의 터줏대감이다. 1949년생이니 바둑동네에서 노닌 세월이 반세기를 훌쩍 넘긴 지 한참이다. 1974년 시작한 문경군민바둑대회가 95년 점촌시와 문경군이 지금의 문경시로 통합하면서 문경시민바둑대회로 명패를 바꾸었고, 그때 문경시바둑발전협의회를 발족해 바둑협회를 설립했다. 이때 금동일 고문은 사비를 들여 전국을 발품 팔아 조언을 들었으며 현 황진호 회장은 야구의 든든한 포수처럼 행정실무 전반을 뒷받침했다.




금동일 고문은 물론 그 이전부터 문경바둑의 간판스타였다. 옛 순장바둑이 아닌 지금과 같은 현대바둑으로는 문경에 1922년생인 이원두라는 선각자가 있었지만 뒤를 이은 금동일 고문은 문경바둑의 틀을 잡고 다진 개척자다.


고향 문경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상고에 진학했을 때 처음 바둑을 알게 되었다. 신문기보를 외워가며 독학해 입단의 꿈을 안고 한때는 조남철, 김인, 안영이, 박치문과 같은 바둑계 유명인사를 촌놈이 일일이 다 만나볼 만큼 열정을 불살랐으나 이들의 조언을 듣고 미련 두지 않고 포기했다. 근방 고수깨나 몰려와서는 다 울려 돌려세운 실력자였지만 입단대회는 나간 바 없다. 지금은 간판만 단 형국이라고 겸손하나 73년부터 문경시민회관 길에 연 제일기원을 52년째 존속하고 있다.




문경군민대회를 15회인가 하고 나니 당시 군수가 불러 고생했다며 그땟돈 50만 원을 격려금으로 주었다. 그걸 세 군데 초등학교에 대형 자석바둑을 사서 기증했다. 집안 쌀통 바닥이 면상을 드러내기 일쑤인 살림살이에. 문경대회를 키우려고 전국대회라면 다 돌아다니며 벤치마킹했다. 이 정도 되니까 금동일 (제일기원) 원장의 말이 곧 문경바둑의 법이고 권위가 설 수밖에.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다. 매번 이길 순 없는 노릇. 문경은 심판이고 뭐고 필요 없는 동네다. 금동일 원장 말 한마디면 끝, 그는 호랑이 사범으로 통했다. 그래도 문경의 바둑인 누구나 “금원장께 고맙죠”라고 말한다.




“힘든 거 하나도 없어. 주변인, 바둑인들이 다 적극 지원해 준 덕분이지. 이젠 몸이 말을 안들어 여기까지야. 후배들이 바둑행사면 꼭 참석시키고 예우를 해 주니…. (팸플릿을 펼쳐 보이며) 나이 많은 사람 이름을 굳이 왜 여기다 꼬박꼬박 넣는지…. 후배들이 대견하지요. 문경이 최고 대회를 만들었으니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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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상 41년의 막역지우 금동일 고문(왼쪽)과 양상국 9단.



양상국 9단과의 인연도 문경사람들의 심지 굳은 우정과 의리를 엿보게 한다. 올해로 양상국 9단은 문경바둑행사에 41년째 개근하고 있다. 86년 12회 문경군민바둑대회에 초대기사로 걸음하면서 동갑내기인 금동일 고문과 처음 만나 평생의 지우로 지냈다. 양상국 9단의 문경에 대한 성의도 못지않다. 한번은 악천후로 예천행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하고 서울로 회항했는데 그 길로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로 달려가 점촌행 버스를 타고 재차 대회장으로 달려갔다. 오후4시가 넘어 대국장을 들어서는 프로기사 양상국을 보고 운집했던 군민들이 일제히 함성과 뜨거운 박수로 맞이했다.





전국 제일의 ‘바둑사랑’ 시장이 있으니…신현국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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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력 넘치는 스포츠ㆍ관광도시 문경을 이끄는 신현국 시장. 2006년과 2010년 민선 4, 5대 시장에 이어 2022년 3선에 성공한 신현국 문경시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바둑대회 중 최고라고 찬사를 받고 있는 문경새재배를 창설한 주인공이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2006년 문경새재배를 만들고 2023년 대회규모를 총예산 2억 원으로 증액해 국내 최대 프로아마 오픈 전국대회로 격상시킨 일등공신이다. 통합 문경시가 출범하던 95년 부안군과 자매결연을 맺고 바둑교류전을 가졌는데 그때 신현국 시장이 참여했다. 그땐 시장도 아니었다. 대구지방환경관리청장 시절이었는데 혼자 차를 타고 교류전 현장에까지 왔다. 참 대단한 바둑열정이다.




시정 업무 다음으로 바둑에 많은 시간을 투여한다는 신현국 시장이다.


“저처럼 오랜 세월 바둑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은 그닥 없을 겁니다. 취미로는 바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고 바둑으로 행복한 인생을 보냈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시장은 프로에게 무조건 두 점에 도전해 이겨보는 목표라며 털털 웃었다. 일정에 짬만 나면 대회 첫날부터 사흘 내내 대회장을 찾아 지역시민, 바둑선수들과 어울려 수담을 나누는 시장. 전국 지자체장 중 으뜸가는 바둑애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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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님의 못 말리는 바둑사랑.



“문경새재배는 2006년 제가 처음 문경시장에 취임해 창설한 대회”라면서 “저의 꿈은 문경새재배가 국내 유수한 대회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세계대회로 커나가는 것”이라는 포부를 갖고 있는 시장. 2022년 10년 만에 다시 시장에 당선되고서는 2023년 대회 예산을 총규모 2억 원, 오픈 최강부 우승상금만도 3000만 원으로 세 배 증액해 명실상부 국내 최대, 최고 규모의 프로아마 오픈 전국대회로 격상시켰다.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으로 삶에 교훈을 줍니다. 바둑 안에는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으며, 우리네 삶의 모습이 투영된 게임이지요. 당장의 양보는 지엽적으로 손해일지라도 크게 보면 더 득이 될 때가 많습니다. 바둑에서 배우는 교훈입니다. 청소년들의 문제도 바둑을 배우고 두면 도움이 되고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으로서 시의 발전과 더불어 문경이 바둑문화도시로 자리하길 바랍니다. 예전에는 광산지역으로 명성이 높았던 우리 고장이 관광도시로는 물론 체육도시로도 거듭나는 중입니다. 바둑 또한 체육으로 자리매김했으니 바둑과 체육을 양수겸장하는 대표적인 도시가 문경 아니겠습니까. 문경새재배는 말할 것도 없고 레전드리그, 나아가 국제대회까지 망라하고 거듭나는 데 바둑팬들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사람이 대회를 만든다…황진호 회장과 고성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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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회 문경새재배 개막식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는 문경바둑협회 황진호 회장.



문경시에서는 1년에 두 번 큰 바둑대회를 연다. 전국대회인 문경새재배와 지역민을 위한 문경시민바둑대회. 올해 문경새재배는 9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고 문경시민바둑대회도 매년 100명 이상씩 북적거린다. 2023년부터는 프로기전인 시니어리그(레전드리그)에도 ‘Yes 문경’팀을 창단해 참가하고 있다. 일찍이 문경시 기우회 ‘청석회(靑石會)’는 유명하다.




문경시바둑협회 황진호 회장은 문경바둑의 중심축이다. 금동일 고문에 이어 2014년부터 문경시바둑협회장을 맡아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1996년부터 문경시바둑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문경시민바둑대회와 문경새재배 전국바둑대회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 ‘제2회 바둑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한체육회장 표창을 받은 바가 있다. 아마6단인 황회장은 영남일보 기자를 거쳐 경북일보 편집국장까지 역임한 기자출신답게 마당발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매우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마로 문경을 ‘바둑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마침 2년전 인터뷰(아래)가 있어 다시 소개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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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가 끝날 때까지 눈코 뜰 새 없었던 고성환 문경바둑협회 전무(오른쪽). 대회기간 내내 한국기원 기전담당 직원과 현장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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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은 거를지언정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순 없다.



황진호 회장이 문경바둑의 총사령관이라면 고성환 전무는 야전사령관이다. 일선에서 그 큰 바둑행사를 진두지휘한다. 바둑에만 열심인 게 아니다. 1997년 11월호 [문예사조]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데뷔해 28년간 문경문인협회에서 꾸준히 활동한 시인이자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문인협회 문경지부(문경문인협회) 제9대(2018~2019) 11대(2022~2023)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0년 시문집 '가을햇살이 푸르른 날'을 펴낸 바 있다. 현 문경매일신문 편집국장이다.




그가 회장취임식에서 남긴 말처럼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응달에서 향을 피워 만 리로 번져나는 난향(蘭香)처럼 주머니 속에 숨어 있어도 뾰족하게 튀어 나오는 송곳처럼 자기를 연마”하듯 바둑을 대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대학생부 신설은 가장 잘한 선택



황진호 회장과 고성환 전무가 스스로 이번 대회에서 ‘참 잘했어요~’ 가장 잘한 일로 꼽은 건 대학생부문을 신설한 점이다. 중고등부까지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전국대회라면 거의 있지만 대학생부는 볼 수가 없다. 바로 성인부로 건너뛴다. 대학생바둑이 쇠락한 탓이다. 이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노사초배에서 대학생부 신설을 먼저 시도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문경바둑인들의 장점이 좋은 아이디어는 받아들이고 구태는 버린다는 태도인데, 대학생부 도입은 문경바둑의 유연성과 개방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3인 단체부 24개 팀, 72명에 달하는 대학생이 가세했을 뿐인데 대회장이 한층 젊어지고 생기가 돌았다. 이들은 대회 이틀째 경기를 마치고 마지막날엔 문경투어에 나서 유서 깊은 역사와 멋진 풍광이 어우러진 영남 제일의 관문 문경에 대해 공부했다.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이 고장을 가장 널리 알릴 세대가 이들이다.




혹 여즉 문경에 가보지 못하였는가. 그렇다면 내년 단풍이 절정에 드는 11월 첫주말 이맘때 문경새재배에 가보시길 권한다. 그 곳에 가면, 바둑에 관한 한 어처구니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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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3인단체부에 출전한 전국 대학 동아리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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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도 즐기며 먹여주고 재워주고 투어까지 시켜주는 일석이조의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외국 유학생도 대표선수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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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는 문경투어. 산북면 돌리네습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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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에는 새재도립공원만 있는 게 아니다. 김룡사, 대승사, 봉암사 같은 문경전통사찰이 자리한 명산은 물론 에코월드 등 가볼만한 명소가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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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식 부페로 중식도 제공하고 특산물 기념품을 일일이 손에 쥐어주는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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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볶이와 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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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이의 경기를 놓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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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아이를 대회장에 데려오면서까지) 너는 숙제를 하거라, 이 어미는 (떡을 써는 게 아니라) 큰아이의 바둑을 지켜보겠노라. 이렇게나 인간미 넘쳐나는 바둑대회, 대회장이 문경사람들이 여는 문경새재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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