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여자 복식 세계랭킹 7위 이소희-백하나(이상 인천국제공항) 조가 왕중왕전 2연패에 성공했다.
이소희-백하나는 21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 여자 복식 결승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유키-마츠모토 미유(세계 5위) 조를 2-0(21-17 21-11)으로 격파했다.
힘겨웠던 2025년을 '눈부시게' 마무리했다.
한때 세계 최정상 자리를 12주간 수성했던 이소희와 백하나에게 올 시즌은 유독 가혹한 해였다. 단체전인 수디르만컵을 제외하고 단 1승을 수확하는 데 그쳐 예기치 못한 '긴 터널'에 발을 들였다. 총 13개 국제대회에 출전했으나 우승컵을 들어 올린 건 슈퍼 750급 대회인 덴마크오픈이 유일했다.
전영오픈과 인도네시아오픈 등 최고 권위의 슈퍼 1000 대회 두 개를 포함해 4관왕을 달성하며 호령했던 지난해와 견주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짙었다.
다만 올해 왕중왕전에서 부활 기지개를 켰다. 대회 준결승에서 '만리장성'을 넘는 이변을 연출했다. 조별리그에서 0-2(7-21 10-21)로 완패했던 중국의 류성수-탄닝(세계 1위) 조를 2-1(15-21 21-16 21-19)로 격파하는 개가를 올렸다.
3게임 중반 8-15로 점수 차가 벌어져 패색이 짙었으나 이소희의 출중한 대각 공격과 백하나 전위 플레이를 앞세워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적지에서 '세계 최강' 중국 복식조를 무릎 꿇리는 쾌거를 이뤘다.
한일전으로 성사된 결승 역시 초반부터 팽팽했다.
양국은 하이 클리어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아주' 긴 랠리를 이어 갔다.
틈틈이 기습적인 하프 스매시와 빈 곳을 공략하는 대각 공격, 드롭샷을 섞었다.
중국과 준결승이 힘과 힘이 맞부딪히는 '강대강' 국면이었다면 일본과 파이널 매치는 수 싸움이 좀더 치열했다. 완급 조절에 능한 후쿠시마에게 고전했다. 후쿠시마의 절묘한 드롭샷으로 선취점을 내준 한국은 이후에도 32살 베테랑의 허를 찌르는 공격에 연이어 실점했다. 3-5로 끌려갔다.
바둑 같았다. 포제션당 셔틀콕을 주고받는 횟수가 평균 4~50회에 이르렀다. 점점 점수 차가 벌어졌다. 이번엔 마츠모토가 힘을 냈다. 전위에서 어중간한 공을 지체없이 푸시로 꽂아 일본이 7-4로 앞서 갔다.
한국이 반격에 나섰다.
백하나의 영민한 대각 공격으로 한 템포를 끊은 뒤 상대 범실 2개를 묶어 7-7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마츠모토 드롭샷이 또 한 번 네트 벽을 넘지 못해 8-7 역전에 성공했다.
항저우 코트가 조용해졌다. 양국이 공을 주고받는 소리만 툭툭 꾸준히 울렸다. 서로 플레이스타일이 겹쳤다. 안정감 있는 수비를 바탕으로 빈틈을 공략하는 '결'이 비슷하다보니 좀체 포인트가 쉽게 나지 않았다.
랠리가 길어지다보니 경기가 자연스레 체력전 양상으로 흘렀다. 한국이 8-9로 뒤진 상황에서 두 팀은 156차례나 공을 주고받았다.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
7-7, 8-8, 9-9, 10-10. 양국은 서로에게 결코 수월히 리드를 허락지 않았다. 후쿠시마 하프 스매시가 네트에 걸렸다. 한국이 11-10으로 앞선 채 첫 인터벌을 맞았다. 무려 24분 만에 휴식에 돌입했다.
1게임 후반부도 내용이 비슷했다. 1~2점 차 시소게임을 이어 갔다. 두 팀 모두 조금씩 실책이 늘어났다. 전반부엔 좀처럼 나오지 않던 엔드라인 아웃이 증가했다. 한국이 13-12로 앞선 상황에서 나온 3득점 모두가 실책으로 말미암았다.
한국은 리드를 잃지 않았다. 15-15에서 이소희 스매시, 16-16에서 백하나 직선 공격, 17-17에서 마츠모토 실책으로 팽팽한 국면을 이어 가면서도 근소 우위를 유지했다.
한국이 승기를 쥐었다. 18-17에서 이소희 점프 스매시가 일본 왼쪽 코트에 꽂혔다. 이후 상대 실책이 연이어 나와 1게임을 21-17로 힘겹게 따냈다. 45분 만에 첫 게임을 마무리했다.
2게임은 초반부터 한국이 치고 나갔다. 0-2에서 연속 5득점으로 기세를 올렸다.
45분 난전 끝에 첫 게임을 확보한 효과가 빛을 발하는 듯했다. 체력 소모를 실감하는 수준이 1게임을 헌납한 일본 쪽이 더 커보였다.
그러나 왕중왕전 결승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마츠모토가 하프 스매시로 절묘히 구석을 공략하는 등 일본이 연속 4점을 쓸어 담아 7-7 스코어 균형을 회복했다.
▲ 연합뉴스 / AFP
다시 시소게임 양상이 전개됐다. 9-8에서 이소희 점프 스매시가 시원하게 일본 코트에 안착했다. 마츠모토에게 대각 공격을 허용했지만 이후 이소희가 3연속 스매시를 두들긴 끝에 11점째를 수확했다.
이소희는 1994년생 나이를 무색케 하는 엄청난 체력으로 11-9를 만들었다. 다시 한 번 한국 여복 조가 앞선 채 후반부를 맞았다.
승세가 조금씩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12-10에서 연속 8득점으로 이날 경기 가장 큰 격차를 완성했다. 체력이 떨어진 일본이 자멸하는 분위기였다. 한국은 틈을 놓치지 않고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결국 21-11로 2게임을 마무리하며 왕중왕전 2연패 낭보를 팬들에게 선물했다.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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