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VB와 미숙한 소통으로 컵대회 진행 차질 빚어
'배구 간판' 김연경 은퇴… V-리그 흥행에 경고등

[서울=뉴시스]여자배구 IBK기업은행, 컵대회 우승. (사진=KOVO 제공)
[서울=뉴시스]문채현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컵대회)가 막을 내렸다.
올 시즌 컵대회는 지난 28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결승전에서 IBK기업은행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3-1로 역전승을 거두고 9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오르며 마무리됐다.
남자부에선 그보다 앞선 지난 20일 대한항공이 OK저축은행을 3-0으로 완파하며 대회 역대 최다인 6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코보컵은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초전 형태로 열린다. 여름내 기량을 쌓고 호흡을 맞춰 온 각 구단은 코보컵을 통해 최종 모의고사를 치른다.
하지만 올해 코보컵은 시작부터 삐그덕거렸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컵대회를 이벤트성 대회가 아닌 정식 대회로 간주, 2025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 나선 선수들에게 대회 종료 후 최소 3주의 휴식이 보장돼야 한다며 대회 개최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한국배구연맹(KOVO)은 결국 대회 개막 직전 외국인 선수 출전 금지를 발표했다. 외국 초청팀 출전도 불허됐다.
그리곤 지난 13일 대회 개막전을 강행하더니, 이어 열릴 예정이었던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의 경기는 갑작스럽게 연기했다.
KOVO는 이미 대회를 열어놓고 FIVB의 개최 승인 응답을 받지 못했다며 개막날 밤늦게 대회 전면 취소 발표를 발표했고, 하룻밤 사이에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13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A조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의 경기가 연기됐다. (사진=KOVO 제공) 2025.09.13. *재판매 및 DB 금지
FIVB가 뒤늦게서야 KOVO에 조건부 대회 개최 승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FIVB는 외국인 선수와 외국 클럽, 세계선수권 출전선수와 그 예비명단에 든 이들까지 출전을 제한했고, 이를 통보받은 각 팀은 부랴부랴 후보군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꾸려야 했다.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겪은 현대캐피탈은 대회에서 조기 하차했다.
같은 기간 일본 배구도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SV리그 월드투어라는 이름의 이벤트 대회를 개최하는 만큼, 코보컵을 향한 FIVB의 이해가 부족했다는 KOVO의 입장도 납득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FIVB와의 원활하지 못한 소통으로 시작부터 혼란을 빚은 올 시즌 컵대회는 결국 남녀부 외국 초청팀의 불참과 현대캐피탈 하차를 더해 반쪽짜리 대회로 끝났다.
또한 반복된 혼란과 일정 변경으로 인해 KOVO는 대회를 현장 선착순 무료 관람으로 진행, 흥행과 수익까지 놓치고 말았다.

[인천=뉴시스] 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인천 부평구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KYK 인비테이셔널 2025 여자배구 세계 올스타전 팀 스타와 팀 월드의 경기에서 경기를 마친 김연경이 영상을 보고 있다. 2025.05.18. [email protected]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컵대회부터 KOVO의 부실 운영이 물의를 빚으며 V-리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 배구의 간판 김연경이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코트를 떠난 가운데, 흥행몰이에 고민이 깊던 프로배구를 향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지난 시즌 V-리그는 시청률과 관중동원력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KOVO에 따르면 2024~2025시즌 V-리그 총관중은 59만8216명으로 직전 시즌 58만6514명과 비교해 약 2.0%가 늘었다. 남자부는 전 시즌 대비 2.3%, 여자부는 1.8% 증가했다.
경기 매진은 남녀부를 합쳐 33회 기록해 직전 시즌(25회) 대비 8회 증가했다.
특히 여자배구 평균 시청률은 1.25%를 기록, 2020~2021시즌의 1.29%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썼다.
다만 배구 자체의 인기보다 김연경의 인기가 더 크게 작용했다.
여자부 시청률 1~5위 모두 김연경의 소속팀 흥국생명이 치른 경기였다.
'선수 김연경'의 마지막 경기였던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은 남녀부 통틀어 최다 관중, 최고 시청률 기록까지 세웠다.
이렇게 강력한 흥행카드가 빠지자 V-리그는 개막을 코앞에 두고도 타이틀 스폰서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뉴시스] 황준선 기자 = 25일 인천 부평구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4-2025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경기를 찾은 관중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2025.02.25. [email protected]
V-리그에 앞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는 올 시즌 12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급 인기를 구가했다.
국제 경쟁력 약화와 과한 연봉 거품 등 프로배구와 같은 결의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받으면서도 프로야구는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열성 팬덤부터 대중까지 사로잡으며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다.
포스트 김연경 시대, KOVO는 배구 인기를 유지하지 위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연맹의 시행착오는 컵대회에서 끝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