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성선수로 시작해 팀 주전을 거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있는 LG 내야수 신민재. 뉴시스
《멈추지 않고 달려와 결국 제일 앞에 섰다. 육성선수로 시작해 프로 입단 4년 만에 1군에 데뷔했던 백업 요원이 국가대표 1번 타자로 거듭났다. 지난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이어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도 한국 야구 대표팀 승선을 노리는 내야수 신민재(29·LG)의 이야기다.》
신민재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에 한국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2도루 1타점을 기록하며 11-1 승리에 앞장섰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이 전날 체코전(3-0 승)에서 5안타에 그친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꺼내든 신민재 리드오프 카드가 적중한 것이다.
2015년 인천고를 졸업한 신민재는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발이 빠르다는 강점이 있었으나 작은 체구(171cm, 몸무게 67kg) 때문에 신인드래프트 때는 지명을 받지 못했다.
군 복무 중이던 2018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옮겼지만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대주자나 대타, 대수비로 주로 출전했다. LG가 정근우(43·은퇴), 서건창(36·전 KIA) 등 2루수 요원을 영입하면서 △2020년 68경기 △2021년 32경기 △2022년 14경기 등 출장 횟수는 점점 줄었다. 신민재는 이 시기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신민재가 본격적으로 ‘질주’를 시작한 건 ‘뛰는 야구’를 내세운 염경엽 감독을 만나면서부터다. 2023년부터 LG를 이끈 염 감독은 신민재를 대주자 카드로 적극 활용했다. 신민재가 5월까지 타율 0.400(25타수 10안타)을 기록하자 염 감독은 신민재를 더 자주 타석에 세웠다. 결국 LG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찬 신민재는 그해 한국시리즈 때 29년 만의 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신민재는 2023년 0.277이었던 타율을 지난해에는 0.297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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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엔 초반에 잠깐 부진하다 5월 2군에 다녀온 뒤 부활했다. 커리어 하이인 타율 0.313으로 시즌을 마친 신민재는 “(2군에서) 밥 먹고 치고, 자고 일어나서 또 치고…. 그렇게 반복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치고 또 치고’란 말은 LG 팬들 사이에선 유행어가 됐다. 주전 리드오프 홍창기(32)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정규시즌 우승에 기여한 신민재는 한화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409(22타수 9안타), 6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LG는 최근 3년 중 두 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는데 신민재는 공격과 수비 모두 중심에 있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16,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은 최근 일본과의 성인 대표팀 경기에서 9전 전패를 당하고 있다. 신민재가 연패 탈출의 선봉에 설 가능성이 크다. 신민재는 “(일본 투수들의) 새로운 공을 쳐보는 게 기대된다”며 “(WBC) 대표팀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뽑아주신다면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전 WBC에 한국 대표팀 2루수로 나섰던 한국계 선수 토미 에드먼(30·LA 다저스)이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게 되면서 신민재의 발탁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WBC에 출전할 대표팀 최종 명단은 내년 2월 발표 예정이다.
한국 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류 감독은 “한일전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고,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좋은 결과를 내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는다면 내년 WBC까지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