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맛 만드는 미생물 역할 첫 규명…"원하는 맛" 설계한다

하이커뮤니티매니져 0 5 18:27

세계김치연구소, 발효 유산균 3종의 맛 형성 메커니즘 규명

세계김치연구소는 최근 연구를 통해 김치 발효 미생물 3종이 각각 다른 맛 성분을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 원하는 맛을 설계할 수 있는 과학적 토대를 마련했다. 세계김치연구소 제공

김치의 깊은 맛을 만드는 발효 미생물의 역할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원하는 맛을 설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 발효 과정의 핵심 유산균 3종이 생성하는 대사물질과 맛의 상관관계를 정밀 분석해 미생물 조합만으로 김치의 풍미를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푸드 리서치 인터내셔널(Food Research International)' 11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전자혀 분석과 대사체 분석을 통해 김치 발효의 주역인 3종 미생물이 만드는 맛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대상 미생물은 ‘라틸락토바실러스 사케이(Latilactobacillus sakei)’,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Leuconostoc mesenteroides)’, ‘와이셀라 코레엔시스(Weissella koreensis)’다.

분석 결과 라틸락토바실러스 사케이는 발효 시 신맛을 내는 젖산을 43% 더 많이 생성하고 MSG의 주성분이자 감칠맛 성분인 글루탐산 등 아미노산을 최대 38% 증가시켜 깊은 산미와 감칠맛을 강화했다.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는 천연 당알코올인 만니톨과 식초 성분인 초산을 각각 최대 17% 증가시켜 은은한 단맛과 청량감을 더했다. 와이셀라 코레엔시스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오르니틴을 약 10% 더 생성해 짠맛과 함께 '코쿠미(kokumi)'라 불리는 깊고 풍부한 맛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김치연구소 연구팀은 미생물 종류에 따라 발효 중 생성되는 주요 맛 성분의 변화량을 정밀 측정하고 각 미생물이 만드는 맛의 특성을 규명했다. 세계김치연구소 제공

이번 연구는 김치의 맛이 양념 배합뿐 아니라 발효 미생물의 선택과 조합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생물별 대사경로와 생성물질이 명확히 밝혀지면서 소비자 기호나 수출 대상국의 입맛에 맞춘 맞춤형 김치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연구를 주도한 김호명 발효시스템연구단장은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의 맛을 과학적으로 설계할 수 있음을 확인한 중요한 성과"라며 "원하는 맛을 구현하고 일관된 품질의 산업용 김치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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