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홍창기(왼쪽), 한화 노시환 I 구단 제공
프로야구 LG와 한화는 오는 26일부터 대전에서 정규시즌 최종 3연전을 벌인다. 두 팀의 마지막 만남에 얼마나 큰 의미가 실릴지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다.
15일 현재 선두 LG와 2위 한화는 3게임 차 간격을 두고 있다. LG가 맞대결에 앞서 남은 우승 매직넘버를 모두 지울 수도 있고, 매직넘버가 무의미한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3게임 차 안쪽에서 두 팀의 대결이 성사된다면 한화로서도 운명에 몸을 던지듯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양 구단 내부 관계자들 또한 외부 시선과 대동소이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물밑에서는 서로의 사이클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최선의 전략을 잡으려는 스태프들도 보인다.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는 144경기를 벌이는 장기전이다. 강팀도 양팀도 시즌 내내 같은 페이스일 수 없다. 올시즌 LG와 한화는 특히 더 진폭이 심한 사이클을 그리며 지금까지 달려왔다.
한때 5.5게임 차까지 벌어졌던 두 팀 간격이 지난 주말 2.5게임 차로 좁혀졌을 때도 LG 현장 스태프들은 담담했다. 한 번쯤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만났고, 이제 또 흐름을 바꾸면 된다는 냉철한 목소리가 핵심 인사에게서 나왔다.
실제 올해 LG는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계절별로 발걸음이 너무도 달랐다. LG 감독실 대형 화이트보드에는 염경엽 감독이 메모해둔 월별 승률 키재기를 하고 있는데 위·아래로 차이가 크다. 개막 이후 4월까지는 승률 0.645(20승11패)로 고공비행을 하다가 5월부터 올스타브레이크까지는 승률 0.509(28승2무27패)로 어렵게 5할 저지선을 지켰다. 그리고 후반기 개막 이후 지난 8월까지는 승률 0.776(28승1무8패)의 압도적 레이스로 선두싸움 구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LG는 8월말 이후 페이스가 살짝 처져있다. 9월 들어 지난 주말까지는 4승4패로 반타작을 했다. 그러나 LG는 후반기 들어 너무 긴 시간 폭발적인 레이스를 했던 만큼 한 번쯤 조정기를 거치는 게 자연스런 수순이란 시각을 갖고 있다. 중요한 건 9월 중순을 지나 10월을 맞는 페이스다. LG 내부에서 주목하는 시간이다.
한화 또한 이륙과 착륙을 거듭하는 변화가 많았다. 후반기 들어 극강의 레이스를 한 LG의 힘을 인정하면서도 팀 자체적으로 후반기 초반 페이스가 처졌던 것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내부 분석도 했다. 한화는 전반기를 선두로 마친 뒤 후반기 첫 30경기가 결정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계산했다. 이 구간까지 승률을 유지한다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욕심내기에 무리 없는 구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기를 승률 0.612(52승2무33패) 선두로 마쳤던 한화는 후반기 첫 30경기에서 승률 0.483(14승1무15패)으로 고전했다.
그럼에도 베테랑 위주의 한화 벤치 또한 침착한 분위기다. 서두르기보다는 냉철하게 전략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위아래로 가파르게 요동치던 승률 그래프가 고개를 들고 올라갈 시점으로 다시 향하고 있다는 것도 심리적 힘으로 작용한다. 실제 한화는 9월 들어 9경기에서 승률 0.778(7승2패)로 다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야구단은 여러 사람이 모여 만든 또 다른 형태의 ‘인격체’다. 개개인이 한해를 사는 것처럼 생체리듬 같은 것들이 매번 달라진다. 가을잔치 자리 다툼이 절정으로 가는 9월 한복판에서 두 팀은 어떤 그래프를 그려갈까. 9월26일 오전을 지나는 두 팀 그래프가 중요해질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다.

안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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