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부엘타 아 에스파냐 사이클 대회 11스테이지에서 이스라엘-프리미어텍 팀의 피에르-앙드레 코테가 달리고 있다. AP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시위가 잇따른 부엘타 아 에스파냐(부엘타 투어) 현장에서 거센 항의를 받은 사이클 팀 이스라엘-프리미어텍(Israel-Premier Tech·IPT)이 후폭풍에 휩싸였다. 캐나다 기업 프리미어텍이 팀명에서 ‘이스라엘’을 제거할 것을 공식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프리미어텍은 24일 성명을 통해 “현 상황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며 “우리의 목표와 참여 이유를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미어텍은 이어 “150명 이상의 선수·스태프와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논의 결과가 향후 스폰서십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사실상 팀명 변경을 압박했다. 프리미어텍은 2022년부터 IPT의 메인 스폰서를 맡아왔다.

지난 3일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부엘타 아 에스파냐 사이클 대회 11스테이지 도중, 선두 그룹이 지나가는 순간 ‘이스라엘-프리미어텍’ 팀 참가에 항의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게르니카 팔레스타인’ 단체 회원들이 도로 진입을 시도하자 보안 요원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EPA
IPT는 부엘타 대회 14스테이지부터 안전 문제를 이유로 선수 유니폼에서 ‘이스라엘’ 문구를 뺀 채 출전했다. 팀은 국가 소유는 아니지만, 공동 구단주 실반 애덤스가 스스로를 “이스라엘의 자칭 특사”라고 부르며 정치적 색채를 드러낸 바 있어 논란은 계속됐다.
부엘타 아 에스파냐는 사이클 3대 그랜드 투어 중 하나로 매년 스페인 전역에서 열리는 장거리 도로 사이클 대회다. 투르 드 프랑스, 지로 디탈리아와 함께 가장 권위 있는 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대회는 총 21개 구간 중 3개 구간이 시위로 인해 중립화됐고, 마드리드에서 열릴 예정인 마지막 스테이지의 피니시와 시상식이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위 과정에서 인터마르셰-완티의 시모네 페틸리, 모비스타의 하비에르 로모가 사고를 당했으며, 로모는 부상으로 대회에서 중도 하차했다.
IPT 자전거 스폰서인 팩터(Factor) 역시 “이름과 국기 변경이 없다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IPT 대변인은 “2026년 팀 브랜딩을 논의 중이며, 변화가 있으면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이클연맹(UCI)은 시위를 “올림픽 헌장과 스포츠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라며 비난했지만, 스페인 고등스포츠위원회(CSD)는 UCI에 보낸 서한에서 “인권 수호를 위한 정당하고 고결한 시위라면 도덕적 의무”라고 반박했다. 프리미어텍은 “2017년 월드투어 진출 이후 국제 환경이 크게 변했다는 점을 인식한다”며 “사이클 발전과 캐나다·퀘벡 선수 육성을 위해 헌신해왔고 앞으로도 이 같은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명칭 변경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스폰서십 철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