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비싼 집’ 찾아라…서울 소형 아파트 가격·거래 ‘쑥’
강남 3구 초소형 아파트 잇단 고가 거래, ‘평당 1억’ 넘어
6·27 대책 이후 수도권 중위 면적 83㎡→76㎡…중소형 재편
청약시장도 ‘국소형’ 주력…59㎡ 경쟁률 3배 높아
건설업계 “규제 장기화 예상…소형이 새 표준 된다”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 대출규제의 칼날이 이어지면서 주택시장이 뚜렷한 ‘다운사이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규제가 강화하며 자금 여력이 줄어든 수요자들이 대형 대신 중소형, 그중에서도 입지가 우수한 소형 아파트로 눈을 돌리며 ‘똘똘한 한 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는 전용 40㎡ 이하 초소형 아파트가 잇따라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9월 강남구 ‘디에이치반포라클라스’ 전용 59.9㎡는 36억 5000만원에 거래돼 동일 단지 내 전용 84㎡와 비슷한 수준의 몸값을 기록했다. 서초구 ‘서초그랑자이’ 역시 전용 59㎡가 33억 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신고가도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는 지난달 16억원에 거래돼 ‘평당 1억원’을 돌파했고, ‘헬리오시티’ 전용 39㎡와 강남구 ‘삼성힐스테이트2단지’ 전용 40㎡ 역시 16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49㎡는 27억 3000만원에 거래돼 공급면적 3.3㎡당 1억 4000만원을 넘겼고,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59㎡가 31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강남 3구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오르고 있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9월 기준 서울 전용 59㎡ 평균 매매가는 10억 5006만원으로 지난해(9억 7266만원)보다 8% 상승했다. 반면 ‘국민 평형(국평)’으로 불리던 전용 84㎡의 평균 매매가는 올해 13억 8000만원으로 상승폭이 전년(9.4%)보다 둔화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두 면적 모두 환금성과 선호도가 높지만, 최근 자금 여건과 가구 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전용 59㎡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시장을 실수요가 주도하는 가운데 투자 수요도 당분간은 환금성이 높고 거래가 활발한 면적을 중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난 1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
거래량·청약 경쟁률도 폭등…‘다운사이징’ 늘어날 듯
서울 내 소형 아파트 거래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내 거래 완료 사례를 보면 올해 1월 1451건에 불과하던 소형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2월 2558건, 3월 3825건으로 늘었고, 6월에는 4244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6·27 대출규제 시행 이후인 7월 1679건으로 주춤했지만, 이후 8월 2011건, 9월 2635건으로 회복세다.
올해 1~9월 누적 기준으로는 60㎥ 이하 아파트가 총 2만 3988건 거래돼, 작년 같은 기간(1만 8762건) 대비 2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전반에서도 중소형 아파트로의 이동이 뚜렷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6·27 대책 이후 수도권 중위 매매가는 6억 4000만원에서 5억 4300만원으로 낮아졌고, 중위 면적은 83.56㎡에서 76.15㎡로 줄었다. 이에 더해 청약시장에서는 ‘국평(84㎡)’ 대신 ‘국소형(59㎡)’이 새 주력으로 떠올라, 전용 59㎡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9.2대 1로 84㎡(5.5대 1)의 세 배를 웃돌았다. 수도권 기준으로는 59㎡ 28.3대 1, 84㎡ 4.8대 1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대형보다 소형, 변두리보다 핵심지’를 택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명확해졌다고 보고 있다. 투자 수요뿐만 아니라 실거주 수요까지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부담은 적되 지역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소형 아파트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런 흐름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금리와 금융 규제가 고착화하면서 ‘똘똘한 한 채’ 전략이 자연스럽게 ‘작지만 입지 좋은 한 채’로 수렴하는 다운사이징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1~2인 가구 증가, 설계 효율성 향상 등 주거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는 것도 고려할 사안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형 선호는 중대형 집의 대체재가 아니라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공급 면적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입지나 투자성을 중시하는 실수요층이 늘어날수록 소형 아파트 시장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고 공급자들 역시 이를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