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른 넘은 역주행, 신진서도 두렵지 않은 '킬러'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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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른 넘은 역주행, 신진서도 두렵지 않은 '킬러' 이지현

하이커뮤니티매니져 0 4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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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이 형이라면 잡으러 갈지도 몰라.”




올 초, 맥심커피배 결승전을 지켜보던 20대 기사들은 나지막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상대는신공지능'이라 불리며 세계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25세의 신진서 9단이었다.






신진서의 대마를 잡으러 간다는 건 단순한 결심이 아니다. 그러나 이지현 9단은 주저하지 않았다. 결심은 빠르게 섰고, 곧장 칼을 빼들었다. 결과는 100수도 안 되어 신진서의 대마를 통째로 잡아내는 ‘KO’ 승. 힘과 힘이 부딪치는 장면에서 이지현은 조금의 물러섬도 보이지 않았고, 결국 신진서를 무너뜨렸다.






그 시리즈는 2-1 이지현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에도 신진서와 맞설 때마다 주저 없이 싸움을 걸었고, 진 대국에서도 싸움에서 속절없이 밀리는 법은 없었다. 세계 최강 신진서와 이런 대결을 벌인다는 것은 경이롭다. 신진서를 이 정도로 위협하는 기사는 손에 꼽힌다. 더욱이 서른을 넘긴 기사 가운데서는 더욱 보기 드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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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초 이지현 9단은 제26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3번기에서 신진서 9단을 종합전적 2-1로 꺾고 우승했다. 2020년 이후 5년 만의 맥심커피배 두 번째 우승이었다.





프로기사의 전성기는 보통 20대 중반으로 여겨진다. 연륜과 노련함을 갖춰야 최강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여겨지던 1960년대, 사카다 에이오는 “20대에 명인은 있을 수 없다”고 했지만, 린하이펑은 이를 깨고 20대에 명인에 올랐다. 이후 시간이 한참 흐르고 이창호 시대가 열린 후에는 10대부터 활약하는 기사가 늘어났고, 20대 전성기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다.






하지만 서른을 넘기면 하향세가 당연시됐다. 집중력 약화, 체력 저하, 연구 기회의 부족이 이유로 꼽혔다.




AI의 등장은 이 전제를 흔들었다. 연구 환경이 보장되면서 자기 관리만 뒷받침된다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방송 해설가들은 “AI 시대에는 30대 이후에도 롱런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상 해설가는 “이지현 선수는 원래 자기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한데, AI의 등장으로 선수 생명까지 길어졌다”며 이지현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이유를 짚었다. 송태곤 해설가 역시 “AI 시대에는 생활의 큰 변화 없이 꾸준히 자기 관리와 노력을 기울이면 선수 생명이 더 길어진다”고 했다. 김만수 해설가는 “AI 덕에 정보 격차가 사라지고, 개인 관리로 체력 저하와 덜컥수까지 줄어들었다”고 나이를 넘어선 활약을 보여주는 배경을 짚었다.






1992년생 이지현은 분명 에이징 커브를 거부하는 사나이임이 분명하다. 2010년 입단 한 이래 최고 랭킹인 4위에 올랐고, 본선을 향한 도전 14년 만에 농심신라면배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곤 데뷔전 승리도 거뒀다. 최근 삼성화재배 와일드카드로도 뽑혔다. 왜 이지현의 시간은 거꾸로 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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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AI 시대죠~'






Q.



바둑을 시작한 건 여느 프로기사들과 비슷했던 것 같다.





A.



일곱 살… 아니, 여덟 살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대구에서 부모님이 집중력 키우라고 동네 학원에 보내셨다. 바둑과 컴퓨터를 함께 가르치던 곳이었다. 별생각 없이 다녔는데, 형들을 이기는 재미가 생기자 발걸음이 저절로 그쪽으로 갔다.







Q.



재능은 언제부터 드러났나?





A.



1~2년 지나자 프로를 지망하던 형들도 가끔 이겼다. 연구생급은 아니었고, 유단자급인 형들이었다. 그 모습을 본 대구바둑교실 이승철 원장님이 아버지께 “지현이는 프로를 시켜야 한다. 서울로 올라가 제대로 해보자”고 권하셨다. 조용히 앉아 몰입하는 성향이라 바둑과 잘 맞았다.







Q.



2002년, 11살에 상경했다.





A.



초등학교 4학년 때 장수영 바둑도장에 들어갔다. 부모님과 떨어지는 건 낯설었지만 나는 정말 좋았다. 형들과 어울려 노는 게 재밌었다. 솔직히 초등생 때까지는 공부보다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Q.



후배들은 ‘성실함의 화신’이라 기억하는데...상상이 잘 안 간다.





A.



(웃음) 후배들이 본 저는 이미 중·고등학생 시절, 정신 차리고 공부하던 때일 것이다. 초등학생 때의 저는 ‘형들이랑 노는 애’였다. PC방 출입이 금지였지만 몰래 갔고, 새벽에 운동 간다고 말해놓고 PC방으로 향한 적도 있다. 새벽 2시까지 자율 보충하던 문화가 있었는데, 그 시간에 공부하는 척하며 도장 안에서 놀았다. 옥상에서 축구도 하고…당연히 여러 번 걸렸다. 장수영 사범님께 불려가고, 특히 엄하셨던 고(故) 박순천 사범님께 자주 혼났다.







Q.



‘노는 아이’에서 ‘공부하는 노력파’로는 어떻게 바뀌었나.





A.



중3,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다. ‘프로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과 간절함이 생겼다. 쉬는 날에도 도장에 나와 공부하는 게 당연해졌다. 프로 입단 직후에도 한동안은 연구생처럼 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Q.



그 시절 사범님들에 대한 기억은?





A.



사범님들은 저를 ‘믿어주셨다’. 제가 좋아하던 공부법—남의 기보를 많이 보는 방식—을 막지 않으셨다. “그 시간에 사활 한 문제 더 풀어라”라고 할 수도 있을 법한데, 제 방식에 터치를 하지 않으셨다. 공부하다 피곤해 책상에 엎드려 자도 잔소리를 안 하셨다. ‘원래 열심히 하는 애니까 알아서 하겠지’라는 신뢰가 저를 가두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게 한 원동력이었다.







Q.



연구생 내신 1위로 입단했다.





A.



1년에 한 명, 내신 입단자가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저는 새가슴 기질이 있어서 입단대회에서는 중요한 순간이 많이 졌다. 안정적으로 연구생 리그에서 잘하고 있으면 내신으로 입단하는 것이었는데, 그게 나와 더 맞았다.







Q.



서른 넘어서 더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A.



그렇다. 20대 때보다 확실히 더 좋아졌다. 2022년 군 전역이 결정적 변곡점이었다. 접근 방식이 틀렸다는 걸 그때 알았다. 20대엔 ‘바둑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믿었는데, 성적을 좌우하는 건 공부 외에도 멘탈과 체력이었다. 지금은 의식적으로 스스로에게 좋은 말을 건넨다. ‘넌 할 수 있다’ 고 되뇌이는 게 실제로 힘이 된다.







Q.



체력 관리는 어떻게 바뀌었나.





A.



20대보다 운동량이 훨씬 많다. 예전엔 농구·축구를 재미로 주 2~3회 했다면, 지금은 거의 매일 헬스장에 간다. 헬스가 제1의 취미다. 나이가 들수록 후반 집중력 유지가 체력과 직결된다. 체력이 무너지면 수읽기 착각과 ‘덜컥수’가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반상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체력도 챙긴다.







Q.



14번 도전 끝에 농심신라면배 대표로 선발됐다. 감회가 남달랐을 듯하다.





A.



예선 결승에서 (박)정환이랑 둘 때 크게 불리했는데 운이 따라줬고, 이겼다. 대표가 되기 전엔 ‘한국 대표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너무 컸다. 막상 되고 나니 부담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책임감과 즐김을 선택했다. ‘긴장한 나머지 내 바둑을 못 보여주기보다는, 이 기회를 즐기자’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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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현의 농심신라면배 데뷔전. 중국의 강호 리친청 9단(오른쪽)과 대국해서 완승을 거뒀다.






Q.



데뷔전에서 상대가 중국의 선봉 리친청 9단이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둑을 두면서도 전투도 강한 기사다. 2022년 갑조리그에서 MVP였고, 올해엔 북해신역배 세계오픈에서 준우승했다. 결코 간단한 상대가 아니었다. 긴장도 되고 제 실력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을 법한데,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A.



즐기려고 했다. 100% 즐기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니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승부처에서는 떨 틈이 없었다. 이기고 나니 정말 기뻤고, 팀에 보탬이 됐다는 생각에 ‘안도감’도 들었다. 동료들도 “고생했다”, “축하한다”고 응원해줬다.







Q.



농심신라면배 3국에서 탄샤오 9단에게 진 건, 중반에 유리했기에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A.



정말 아쉽다. 대국 전 정환이에게 ‘탄샤오 공략법’을 물었는데, “침착하게 다 받아주는 스타일이니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이득을 봐라. 단, 타개가 엄청 세니까 대마 사냥은 금물”이라고 했다. 정환이가 알려준 대로 했고 실제로 흐름이 유리했지만, 저의 킬러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대마를 잡으러 갔다가 역전당했다. 정환이가 잘 알려줬는데…많이 아쉬웠다.







Q.



최근 삼성화재배 와일드카드로 본선 무대에 올랐다. 각오는.





A.



2025년 8월 통합예선 4회전에서 중국 예창신 7단에게 졌는데, 와일드카드를 받아 데뷔 후 첫 삼성화재배 본선에 나간다. 예선에서 한국 성적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책임감을 느꼈는데, 다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개인적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지만, 일차적 목표는 중국 선수들을 이기는 것이다. 요즘 중국이 워낙 강하고, 예전부터 제가 많이 졌다. 팬들께 죄송했고, 그동안 세계대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신)진서에게도 미안했다. 진서 뒤에서 힘이 되는 한국 선수가 되고 싶다.







Q.



이지현 바둑은 ‘전투 지향’, ‘대마킬러 본능’으로 요약된다. 맥심커피배 결승1국에서 신진서 선수의 대마에 눈길을 줄 때 후배들이 “지현이 형이라면 잡으러 갈지도 몰라”라고 했다. 결국 대마를 잡았다.





A.



제 강점은 수읽기이고, 그 점에 자신 있다. 최강자를 이기려면 내가 가장 잘하는 곳으로 판을 이끌어야 한다. 상대가 무리했다고 판단되면 지체없이 응징하러 간다. 불리해서 어쩔 수 없이 쫓아가는 것과는 다르다. 다만 그 성향이 과해 스스로 무리할 때가 있다. 지나치게 극단적이지 않도록 매번 스스로 조금 템포를 늦추려고 한다.







Q.



그 지점에서 신진서 선수와 대비된다. 신진서 선수는 ‘대마는 잘 죽지 않는다’ 쪽인데?





A.



정확하다. 진서는 “이 돌이 어떻게 죽어?”라고 생각하는 타입이라면, 나는 “충분히 죽을 수도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신진서는 인공지능 같은 사고를 하는 것이다. AI 확률상 신진서의 판단이 맞을 때가 더 많다. 아닌게 아니라 AI를 탁월하게 이해하고 활용한다. 하지만 내가 중시하는 건 바둑은 사람과 사람이 둔다는 점이다. 아무리 타개의 명수라도 사람은 실수한다. 나는 그 인간적 가능성을 본다.













제26기 맥심커피배 결승3번기 1국


●신진서 9단 ○이지현 9단


이지현, 94수 백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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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1, 3으로 신진서의 대마(흑세모)가 백 진영 안에서 타개를 시도했다. 이미 좀 흑이 어려운 길로 들어섰지만 이지현으로서도 어떻게 싸울 것이냐를 놓고선 고민이 될 법한 상황이다.


이지현은 강공모드를 선택했다. 4로 찔렀다. 이지현은 "당시 실전에서 이 급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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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실전에서 서로 치열하게 두어가서 8까지 진행되었는데, 여기까지 흑이 좀 막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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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6까지 백의 강력한 공격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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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4로 붙이는 데까지, 이지현은 이 공격이 성공했다고 확신했다. 결국 이 대마를 잡고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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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도중에 1~5까지 신진서가 반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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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6] 이지현은 1로 내려설 생각이었다고 했다. 수순을 따라 10까지 진행됐을 때 11로 맞보기(A, B)를 노릴 수 있어서 이 변화 역시 백의 승리가 굳어진다.








제27회 농심신라면배 1국


● 리친청 9단 ○이지현 9단


이지현, 226수 백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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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평소, 누구와 두어도 거침없이 두는 중국 강호 리친청이 뭔가 얼어붙어 있었다. 리친청의 1은 정말 소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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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이지현이 1로 호구로 누른 뒤 7까지 중앙에서 자세를 갖추었다. 게다가 우하 방면 흑의 세력권까지 서서히 견제하는 데 성공하면서 확실하게 우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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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이지현은 리친청이 1로 쇄도해오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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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머릿속으로 12까지를 그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백을 북쪽을, 흑은 남쪽을 차지하게 되는데, 서로 모양이 커서 겁난다. 냉정한 형세 판단으로는, 이렇게 되면 백이 약간 우세하다.












Q.



AI 시대의 자신 만의 공부법은?





A.



지금은 거의 내 대국을 AI로 복기·분석하는 데 집중한다. 확률 높은 인공지능 추천수를 맹목적으로 따라가기보다, 사람이 생각할 법한 수들을 더 깊이 파고든다. 솔직히 남의 바둑은 잘 안 본다. 내 바둑이 아니면 감정 이입이 안 되고, 재미가 없으면 오래 못 간다. 인공지능과 직접 대국하는 것도 덜 하는 편이다.







Q.



신진서 선수가 8살 어린데도 아주 친하게 지내는 것 같다.





A.



인간적으로도, 기사로서도 신진서 선수를 존경한다. 신진서 선수도 나도, 바둑을 사랑하고 연구를 좋아하니까 잘 통한다. 함께 헬스도 하고, 대국장에서 만나면 연구한 수를 보여주며 장난도 친다. 내가 “이거 비싼 건데, 알려줘도 되나?” 하면, 진서는 “너무 유명한 수 아니야? 다 아는 거 가지고 비싸게 구네”라며 받아친다. 맥심커피배에서 나에게 지고 시간이 지난 뒤에 “형, 축하해”라고 따로 말해줬다.







Q.



30·40대 나이에도 정상권에서 버티는 선배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A.



내가 형들 덕을 많이 봤다. 원성진, 강동윤 선수 같은 선배들이 나이와 상관없이 성과를 내는 걸 보며,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용기를 얻었다. 형들이 앞에서 길을 열어줬고, 나는 그 길을 묵묵히 따라갈 뿐이다. 감사할 뿐이다.







Q.



앞으로의 목표는?





A.



랭킹은 3위까지 올라가 보고 싶다. 신진서, 박정환 선수가 워낙 강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 왜 2위 이상은 아닌가? (웃음)) 3위 올라가면 목표를 다시 조정하려 한다(웃음). 현재 나의 역주행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비슷한 길을 걷는 기사들에게 작은 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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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브라이튼 18 7 6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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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울버햄튼 18 6 4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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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번리 19 3 2 1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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