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5경기 중 4경기 등판해 모두 무실점 투구
2차전 4회 2사 만루에서 노시환 삼진 처리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LG 트윈스의 김진성이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IN 잠실' 행사가 열리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올해 '헌신'을 선보이며 LG 트윈스의 통합 우승에 기여한 베테랑 불펜 투수 김진성이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뒷 이야기를 풀어놨다.
김진성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의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IN 잠실' 행사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KS를 치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2차전"이라며 "급하게 나가서 몸을 제대로 풀지 못했다. 그래도 만루 위기를 막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내 공을 믿고 던져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회상했다.
KS 1차전에서 8-2로 승리를 거둔 LG는 2연승을 노린 2차전에서 7-5로 앞서가다 위기를 만났다.
LG가 1회초 4점을 먼저 내주고도 2회 5점, 3회 2점을 올려 7-4로 승부를 뒤집은 상황에서 선발 투수 임찬규가 볼넷 2개와 야수 실책 등으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LG는 마운드를 신인 김영우로 교체했다. 김영우는 루이스 리베라토를 2루수 뜬공으로 처리했으나 문현빈에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역전의 위기에서 LG가 택한 카드는 김진성이었다. 긴급 호출된 김진성은 한화 4번 타자 노시환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실점을 막았다.
김진성은 "만루 상황에 올라가면 전투력이 생긴다. 4번 타자고, (노)시환이가 감이 좋았다"며 "공 하나하나에 혼을 담아 던졌다. 공 1개의 결과를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던졌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볼 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던 김진성은 "사실 의도한 것이 아니다. 스트라이크존 낮은 쪽으로 공을 던지려고 했는데 높게 갔다"고 털어놨다.
주자를 잔뜩 쌓아놓고 강판됐던 김영우는 김진성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진성은 "미안한 감정 같은 것은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불펜 투수는 그게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염경엽 LG 감독도 김진성에게 고마워했다.
김진성은 "감독님이 만루 위기를 막고 나서 계속 고맙다고 하셨다. 오늘도 지나가다가 '정말 고생했다'고 말하셨다"고 말했다.
KS 5차전에서 황영묵에게 안타를 맞은 뒤 더그아웃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도 소개했다.
올해 정규시즌 중 한화 황영묵을 상대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4타수 2안타를 허용한 김진성은 KS 5차전에서 3-1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라 대타 황영묵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김��성은 "황영묵이 나올 것을 알고 있었다. 의식을 했는데 황영묵이 더 집중하고 간절하게 한 것"이라며 "이닝을 마치고 내려갔더니 후배들이 '이제 황영묵이 나오면 고의4구로 걸러야겠다'고 놀리더라"고 말했다.
올해 만 40세지만 김진성은 올해 KS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5경기 중 4경기에 등판해 4⅓이닝을 던지면서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선보였다.

[대전=뉴시스] 김근수 기자 = 29일 대전 중구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6회말 LG 두번째 투수 김진성이 공을 던지고 있다. 2025.10.29. [email protected]
김진성은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서 막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1경기 빼고 다 나갔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며 "직구의 수직 움직임이나 회전수가 잘나와서 이번 KS에는 저의 직구를 많이 믿고 던졌다"고 설명했다.
정규시즌 중에도 김진성은 팀에 대한 헌신을 선보였다. 올 시즌 78경기에서 6승 4패 1세이브 33홀드 평균자책점 3.44의 성적을 거뒀다.
시즌 막판까지 역시 불혹을 넘긴 불펜 투수 노경은(SSG 랜더스)과 홀드왕 경쟁을 펼치던 김진성은 결국 35홀드를 따낸 노경은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김진성은은 "홀드왕을 두고 (노)경은 형이랑 경쟁하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큰 차이로 1위를 할 때 경은이 형이 어린 선수가 아니라 내가 홀드왕이 돼야한다고 했다"며 "무슨 말인 지 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두 달 동안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한 김진성은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사람인지라 1위를 하고 있으니 SSG 경기를 보게 되더라. 그런데 막상 1위 자리를 내주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돌아봤다.
김진성은 "염경엽 감독님이 시즌 중에 홀드왕 경쟁을 하는데 챙겨주지 못했다고 미안해하셨다. 팀이 KS에 가는게 우선이라 괜찮았다. 내년에는 신경써주시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LG 불펜에는 마무리 투수 유영찬을 비롯해 김영우, 박명근, 이정용 등 어린 선수들이 많다.
김진성은 자신보다 열 살 넘게 어린 선수들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가며 팀 승리에 묵묵히 힘을 보탰다. 올해 어린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신경쓰느라 김진성에게 비교적 휴식을 덜 줬던 던 염 감독은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진성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데 코치님, 감독님의 지도력도 중요하지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2023년에도 내가 버텨서 함덕주, 유영찬, 백승현, 박명근 등 어린 선수들이 성장했고, 올해 SSG에는 경은이 형이 있어서 이로운, 조병현 같은 선수들이 자라났다"며 "중고참이 중심을 잡아줘야 어린 선수들이 흔들릴 때 잡아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장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실 것이라 믿는다. LG에서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감사하고 열심히 했다"고 어필하기도 했다.
우승의 기쁨은 김진성에게 잠시였다. 그는 전날 우승을 확정한 후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서도 내년 시즌을 걱정했다.
김진성은 "버스를 타고 올라오면서 굉장히 좋아야하는데 또 걱정이 되더라. 내년에 또 어떻게 준비할지가 걱정이 됐다. 베테랑들의 고충"이라며 "베테랑은 늘 절벽 위에 서 있다.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잘해야 한다. 내일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