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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기자 [email protected]]
2025 월즈에서 세계 최초로 3연속 우승…10년 넘게 최정상 자리
리더십·겸손함 갖춘 페이커 이상혁의 성공 서사는 '현재진행형'
올해의 인물에는 시대정신이 담겨있다. 2025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판을 떠받치고 움직이는 인물들은 과연 누구이고, 무엇을 의미할까. 지금 한국을 움직인다는 말은 민심에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그리고 국민이 가장 크게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그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면밀히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시대적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희망과 과제들이 담겨있다.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도도한 민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시대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37년째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사저널은 독자들의 설문조사, 편집국 기자들의 투표 등을 토대로 심층적인 검증과 토론을 거쳐 올해의 인물을 선정했다.
"그는 더 이상 어떤 종목, 어떤 스포츠라는 틀 안에 머무르는 선수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전용준 e스포츠 캐스터의 이 말은 페이커(29·이상혁)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에 가깝다. 중국의 한 매체는 봉준호, BTS, 손흥민, 김연아와 함께 페이커를 대한민국의 '5대 국보'로 불렀고,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는 봉준호, BTS, 손흥민 그리고 페이커를 묶어 '엘리트 포'라 이름 붙였다. 국경도, 장르도 가리지 않고 그의 이름이 하나의 상징으로 호명되는 순간이다.
페이커는 이미 승패를 넘어선 존재가 됐다. 라이엇 게임즈 공식 대회를 기준으로 통산 18차례 우승을 거두는 동안 6번이나 MVP로 선정됐고, MVP 수상이 가능한 모든 국제대회에서 MVP를 석권한 유일한 선수라는 기록도 남겼다. 숫자는 그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한 방법일 뿐이다. 페이커는 한 명의 프로게이머를 넘어, 한 시대의 경쟁 방식과 성공 기준을 바꿔놓은 존재가 됐다.

분위기 가라앉을 땐 "괜찮다" 한마디로 팀 흐름 다시 잡아
e스포츠 선수의 전성기는 짧다. 두뇌 회전이 가장 빠른 10대 후반을 지나 스물다섯 안팎이면 은퇴를 고민하는 것이 업계의 암묵적 관례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올해 29세인 페이커는 리오넬 메시 축구선수(38)처럼 10년 넘게 최정상 자리를 흔들림 없이 지키고 있다. "나이를 먹으며 선수 경력 후반에 접어들수록 피지컬이 저하된 것 같지는 않지만 집중력과 판단력이 낮아졌다"고 밝힌 그의 걱정과 달리, 2023~25 월드 챔피언십(월즈) 스리핏(3연속 우승), 2024 월즈에서 결승 MVP까지 수상하며 페이커는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 페이커가 유독 빛나는 이유는 단순한 재능이 아니라 그 재능을 오랜 시간 성실하게 증명해 왔다는 데 있다. 2025 시즌 기준으로 지금까지 15회 개최된 월즈 결승 중 절반인 8회는 페이커의 결승일 정도다. 2025 월즈에서는 전승으로 결승까지 올라온 KT를 꺾고 월즈 최초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페이커 본인의 월즈 5회 우승 기록까지 6회 우승으로 갱신하기도 했다. 성과는 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았다. 선수 구성에 변화가 반복된 상황에서도 페이커는 꾸준히 최상위권 미드 라이너로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페이커의 리더십 역시 그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로 꼽힌다. LoL은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뤄 싸우는 게임으로, 개인 기량만큼이나 팀 내 호흡과 판단의 일치가 중요하다. 각자 맡은 구역에서 경기가 진행되지만 수적 열세에 놓이는 순간 전력은 급격히 기울 수 있다.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위험한 상황을 피하는 집단적 판단이 승패를 가른다. 현재 페이커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도란(25·최현준), 케리아(23·류민석), 오너(22·문현준), 페이즈(20·김수환)는 모두 2000년대생이다. 페이커와 같은 시기에 데뷔했던 선수들이 상당수 지도자의 길을 택한 것과 비교하면, 그는 사실상 한 세대 아래의 선수들과 주전으로 함께 경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들과의 순조로운 팀워크는 페이커가 지켜온 일관된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주장임에도 경기 중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필요할 때만 의견을 내고, 때로는 다른 팀원의 판단에 맞춰 움직이기도 한다. 경기에서 패배해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면 짧게 "괜찮다"는 한마디 말을 건네며 팀의 흐름을 다시 잡는다. 불필요한 지시나 감정 표현을 줄이고, 팀원들이 오롯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식이다.
페이커는 실력을 과시하기보다는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겸손함도 갖췄다. 12월14일 2025 LoL 케스파컵 결승전 승리 후 가진 인터뷰에서 "팀원들이 잘해줘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케스파컵 우승이라는 의미 있는 결과도 남길 수 있어 감사하다"고 밝힌 페이커는 "팀의 경기력을 이번 대회를 통해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2월14일 ‘2025 LoL 케스파컵’ 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는 페이커(가운데)와 T1 선수단 ⓒ한국e스포츠협회
"내가 갈 길을 가다 보니 우승이 따라왔다"
페이커는 자신이 속한 팀 티원(T1)과의 의리도 상당하다. 7월27일 T1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페이커와의 계약 기간을 2029년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페이커는 데뷔 시즌인 2013년부터 2029년까지 17년간 T1에서 활동하게 됐다. 계약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T1과의 동행을 택한 결정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의리도 1등'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페이커를 향한 팬들의 애정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해도 그에게 붙은 별명은 57개에 이른다. 가장 널리 알려진 호칭은 '대상혁'이다. 경기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칠 때 이름 앞에 '큰 대(大)'자를 붙여 부르는 이 별명은, 그가 출전하지 않은 경기의 채팅창에서도 자연스럽게 소환된다. 부진이 길어졌던 시기에 이 별칭은 커뮤니티에서는 반어적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스프링 시즌 전승 우승과 2023년 월즈 우승을 거치며 페이커의 경기력이 다시 증명되자 '대상혁'은 더 이상 조롱의 의미가 아니게 됐다. 한 선수의 별칭이 변해온 과정은 그가 결과로 증명한 그의 노력의 징표이기도 하다.
물론 그에게 항상 희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중국 베이징에서 삼성 갤럭시에 패해 3연속 우승이 좌절했던 순간은 페이커에겐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다. 실제 11월9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2025 롤드컵' 결승전 이후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이날 결승전을 앞두고 "2017년 때의 일이 떠올랐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페이커는 좌절하지 않았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덕택이다. "기록보다 경기가 재미있어서 만족한다"는 말은 업을 대하는 페이커의 태도를 보여주는 단적인 표현 중 하나다. 사상 첫 3연속 우승과 통산 6번째 우승을 확정한 뒤에도 그는 "나를 움직이는 것은 트로피 수집이 아니라 매일의 훈련 과정과 그 여정"이라고 했다. 우승 자체보다 게임의 완성도를 중요시하는 페이커의 마음가짐이 그를 10년 넘게 정상에 머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서 우승한다기보다 내가 갈 길을 가다 보니 우승이 따라왔다"는 그의 소감은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MZ세대'라고 불리는 지금 한국의 2030세대는 끊임없는 비교와 무한경쟁으로 인해 마음이 지친 청년이 다수다. 페이커를 '대상혁'이라 칭하며 치켜세우는 이들 세대의 시선에는 경쟁의 방향을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돌려온 그의 태도에 대한 공감이 깔려있다.
페이커는 자신의 일대기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실패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작은 성공으로 받아들였고, 그 과정이 가장 큰 배움이자 더 큰 동기가 됐다." 2024년 11월20일 '2024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 기조연설 무대에서 나온 이 말에는 그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간 동안 그는 수없이 무너졌고 그만큼 깊이 배웠다. 그래서 페이커에게 실패는 좌절이 아니라 성장의 다른 이름이 됐다. 지금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e스포츠 팬들이 그를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페이커의 이야기는 이미 완성된 신화가 아니라 여전히 쓰이고 있는 성장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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