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 시상식 후보 리스트에 손흥민이 빠지자 일본 언론도 놀라고 있다.
AFC는 지난 25일 '2025 AFC 애뉴얼 어워즈' 부문별 후보를 발표했다. AFC가 매년 여는 시상식으로 지난해엔 서울에서 국내 최초로 열렸다. 이번엔 2034 월드컵을 개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10월17일 벌어진다.
손흥민은 AFC가 주는 상 중 '올해의 국제선수상'을 2015년, 2017년, 2019년, 2023년 등 총 4차례 수상하며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밖에도 2013년과 2016년에 최종 후보 3인 안에 든 적이 있었다. 2015년엔 기성용과 함께 최종 후보에 들어 한국 선수끼리 집안 싸움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손흥민 외엔 김민재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뛰며 팀의 세리에A 우승에 공헌하던 2022년 AFC '올해의 국제선수상'을 탄 적이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손흥민이 4번이나 탄 상의 이름이 석연치 않은 게 사실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10년간 펼친 활약도를 보면 AFC '올해의 선수상'을 타는 게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손흥민보다 빼어난 아시아 선수를 없었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손흥민은 2015년 8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 입성한 뒤 첫 시즌인 2015-2016시즌을 빼고는 8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자릿 수 득점을 했다.
직전 시즌이었던 2024-2025시즌엔 프리미어리그 7골을 넣었으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3골을 넣으며 우승에 공헌했다. 결승전을 뛰었고 주장으로 트로피까지 번쩍 들어올렸다. 유럽에서 흔치 않게 일어나는 아시아 선수의 경사였다.
그럼에도 AFC는 이번엔 수상 후보에서 손흥민을 빼버렸다. 4차례 탔던 상의 이름도 '올해의 선수상'이 아니라 '올해의 국제선수상'이다. 반면 AFC가 어워즈에서 맨 마지막에 발표하는 '올해의 선수상'은 세계 축구팬들이 잘 모르르 선수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2017년 오마르 크리빈(시리아), 2018년 압델카림 하산(카타르), 2019년 아크람 아피프(카타르) 등 중동 선수들이 휩쓸었고 코로나 이후 재개된 2022년엔 살렘 알 도사리(사우디아라비아)가 타더니 직전 시상식이었던 2023년엔 다시 카타르의 아피프가 탔다.
한국에선 지난 2012년 당시 울산 소속 이근호 이후 AFC '올해의 선수상'을 탄 선수가 없다. 최종 3명의 후보도 지난해 설영우 빼고는 지난 10년간 단 한 명도 없다.
사연을 들으면 웃음이 나온다. AFC가 '올해의 선수상'과 '올해의 국제선수상'을 분리 시상한 배경엔 박지성과 관련이 있다. AFC는 2005년 11월 해당 연도 AFC 어워즈를 개최하려고 했다. 이 때 AFC '올해의 선수상' 후보 10명을 추렸는데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었던 박지성이 당연히 들어갔다.
그러나 AFC는 시상식에 참석해야 상은 준다는 규정 등을 이유로 "박지성이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다면 최중 후보 3명에서 제외하겠다"는 통보를 했다.
시상식이 열리는 날은 맨유의 리그컵 날짜와 같았고, 당시 맨유를 지휘하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당연히 보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프랑스풋볼에서 개최하는 발롱도르는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인데다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하기 때문에 유럽에서 뛰는 후보 상당수가 시상식에 갈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영국에서 최소 15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보내주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이런 이유도 맨유에서 뛰는 박지성이 AFC '올해의 선수상' 후보에도 들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고 상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뛰던 이란 선수 알리 카리미에게 돌아갔다.
박지성은 이후에도 단 한 번도 AFC '올해의 선수상' 후보에 끼지 못했다.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기 때문에 상을 줄 수 없다는,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었다.
이후 AFC는 2012년부터 '올해의 국제선수상'을 따로 만들어 초대 수상자로 당시 맨유에서 뛰던 일본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에게 줬다.
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올해의 선수상'은 점점 중동 잔치가 되더니 올해는 말레이시아에서 뛰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 아리프 아이만이 최종 3명 후보에 아피프, 알 도사리와 포함되는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시상식에 못 온다고 박지성을 퇴출시키고, 메이저대회 수상을 했음에도 손흥민을 제외하는 AFC의 막장 행정이 20년째 계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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