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대전월드컵경기장, 이인환 기자] "쉽지 않은 경기인데 좋은 장면 나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FIFA 랭킹 22위)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볼리비아(76위)와 11월 A매치 1차전을 치러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지난달 파라과이전(2-0 승)에 이어 A매치 2연승을 기록하며 월드컵 조 편성 경쟁에서 중요한 고지를 확보했다. 현재 FIFA 랭킹 22위인 한국은 포트2 막차 자리를 두고 23위 에콰도르, 24위 오스트리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트2에 머무르면 독일·크로아티아·모로코·콜롬비아·우루과이 같은 강호들과 한 조에 묶이는 최악의 조 추첨을 피할 수 있어, 11월 A매치 결과는 사실상 ‘월드컵 조 추첨의 분수령’이다.
이날 볼리비아전은 그 의미가 더 컸다. FIFA 랭킹 포인트가 크게 깎일 수 있는 ‘하위 팀 상대 경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전술 실험과 결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기대한 대로 승리를 챙기며 포트2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지켰다.
전술 변화 역시 눈에 띄었다. 홍명보 감독은 7월 동아시안컵 이후 꾸준히 스리백 전술을 실험해 왔지만, 이날은 5개월 만에 포백을 꺼내 들었다.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2연전 이후 처음으로 포백을 가동하며 본선 대비 전술 최적화 작업에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었다.
이날 무려 5개월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황희찬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월드컵 3차 에선 기간 동안 대표팀의 주전으로 꾸준하게 기용되던 그였지만 클럽 팀에서 입지 악화와 잦은 부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3월 A매치서 골을 포함해 좋은 활약을 펼쳤던 황희찬이지만 6월 A매치 부진 이후 9월 A매치(미국-멕시코)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10월 A매치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부상으로 인해서 브라질전-파라과이전에 모두 나서지 못했다.
주목해야 될 부분은 대표팀이 9월 A매치 기간부터 스리백으로 4경기를 준비했다는 것. 아직 스리백에서 황희찬의 활용법에 대한 테스트는 없던 상황이었다. 이 상황서 선발로 돌아온 황희찬은 4-2-3-1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부지런히 뛰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황희찬은 부지런하게 뛰면서 상대 수비진에 균열을 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끈질기게 지상볼 경합을 시도하고 상대 반칙을 얻어내면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기도 했다.
아쉬운 모습이 있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과 쇄도하면서 오프사이드이긴 했으나 완전히 프리 찬스를 얻었다. 그러나 정작 슈팅으로 제대로 연결하지 못하면서 탄식을 자아냈다.
황희찬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중요한 홈 경기였고, 경기 전과 하프타임에 결과를 가져오자는 얘기를 나눴다. 월드컵에서도 ‘승리하는 버릇’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 초반부터 자신과 이강인을 향한 거친 파울이 이어졌다고 언급하며 “심판이 조금 더 관리해줬다면 부상 없이 좋은 경기를 했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만 “이런 상황도 경기 일부라고 생각했고, 선수들끼리 흥분하지 말자고 계속 이야기했다”며 팀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 초반 상대 수비수 메디나와의 신경전이 있었던 이유에 대해선 황희찬은 “시작부터 너무 많이 차였다. 몸 상태는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랜만에 대표팀 무대에 복귀한 소감과 관련해서는 그는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좋은 장면도 많이 나왔다. 몸 상태 역시 걱정보다는 괜찮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자신을 향한 부정적 평가에 대해서는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 골을 많이 넣었던 시즌과 달라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경기들도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월드컵 전까지 선수들과 좋은 장면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계속 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북중미 월드컵 포트2 수성과 관련해 “감독님이 소집마다 목표를 명확히 알려주신다. 포트2 유지도 중요한 목표였다”며 “전반 종료 후 결과에 집중하자고 선수들끼리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조규성의 복귀골에는 “많은 선수와 팬들이 기다려온 만큼 완벽한 복귀전이었다”며 반가움을 전했다.
득점 의지에 대해서는 “방점을 찍어야 한다. 계속 골을 노렸고 순간순간 동료들이 더 좋은 위치에 있었다”며 “개인 득점보다 팀이 골을 만들고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인환 기자
https://m.sports.naver.com/kfootball/article/109/0005431090